전세/월세

전세 매물 4개월 만에 29% 증발, 집주인들은 이미 월세로 갈아탔다

어제 저녁 사무실 문을 닫으려는데 손님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30대 후반,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분이었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한숨부터 쉬시더라고요. "선생님, 두 달 동안 단지 안에서 전세 두 번 놓쳤습니다. 호가 잡아두면 다음 날 다른 사람이 더 부른답니다." 14년 이 일을 하면서 이런 표정의 손님은 2021년 가을 이후로 처음 봤습니다. 그때도 그랬어요. 매물이 안 나오니까 세입자들이 줄을 서고, 집주인은 점점 더 부르고. 그게 다시 시작됐습니다.

오늘은 매매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전세·월세 시장의 균열을 정리해드리려 합니다. 어쩌면 매매보다 이쪽 흐름이 올여름을 결정할지도 모릅니다.

오늘 꼭 알아야 할 뉴스

첫째,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4개월 만에 29% 사라졌습니다. 5월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6,389건입니다. 올해 1월 1일 2만 3,060건이었으니 단순 산수로도 6,671건이 증발한 셈입니다. 전월세를 합친 임대차 매물 전체도 같은 기간 30.1% 줄어 5월 7일 기준 3만 1,095건입니다.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3% 올랐는데, 이 상승폭은 2019년 12월 넷째 주 이후 6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입니다. 매물은 사라지고 가격은 6년 만에 가장 빠르게 뛰고 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둘째, 집주인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고 있습니다. 양도세 중과 부활로 매매를 못 하게 된 다주택자들이 다음 카드로 꺼낸 게 임대료 방식 변경입니다. 전세보증금을 새로 받아 묶어두느니, 월세로 돌려 현금흐름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죠.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5월 들어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는 같은 평형 매물의 절반 이상이 반전세나 순월세로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평균 아파트 전세값은 6억 8천만 원대로 역대 최고를 갈아치웠는데, 이 가격에 새 전세를 받아 굴려봤자 집주인 입장에서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솔직한 현장 분위기입니다.

셋째, 공급 절벽이 코앞입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 7,058가구에서 내년 1만 7,197가구로 떨어집니다. 36% 감소입니다. 빌라 시장은 더 심각해서, 인허가 기준으로 2026년 서울 빌라 공급은 작년 대비 83% 줄었다는 통계까지 나왔습니다. 양도세 중과로 기존 다주택자가 매물을 잠그고, 입주 물량은 줄고, 빌라마저 공급이 끊기는 삼중 압박이 한꺼번에 임대차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표 1월 1일 5월 10일 변화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23,060건 16,389건 -29.0%
서울 전월세 매물 합산 - 31,095건 -30.1% (연초 대비)
5월 1주 전세가 상승률 - +0.23%/주 6년 5개월 만 최고
2027년 서울 입주 예정 27,058가구('26) 17,197가구('27) -36%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요즘 사무실 전화의 비율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전화 열 통 중 일곱 통이 매매 문의였습니다. 지금은 매매 셋, 전세 다섯, 월세 둘 정도입니다. 그것도 매매 문의의 절반은 "전세가 안 잡혀서 차라리 살까 고민 중"이라는 분들이세요. 임대차에서 밀려난 수요가 매매로 떠밀려 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집주인 쪽 분위기는 더 극적입니다. 어제 송파구 한 단지 집주인 분이 직접 사무실에 들르셨어요. 작년에 5억에 전세를 놓으셨는데, 만기가 7월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분은 "보증금 1억에 월 200" 반전세로 돌리기로 결심하셨습니다. 이유를 여쭤봤더니 이렇게 답하시더라고요. "보증금 6억으로 올려도 받을 데가 없어요. 그럴 바엔 월세 받아서 다른 부담을 줄이는 게 낫습니다." 14년 동안 임대료 인상보다 형태 전환을 먼저 검토하시는 집주인은 정말 드물게 봤습니다.

세입자분들 쪽도 행동이 빨라졌습니다. 만기 두세 달 전에 움직이던 분들이 이제는 다섯 달 전, 여섯 달 전부터 사무실을 찾아오십니다. 단지 안에서 같은 평수 매물이 한 건이라도 나오면 그날 안에 사라집니다. 어제 강남구 한 단지는 84㎡ 전세가 아침 9시에 등록되고 오후 2시에 계약서를 썼습니다. 호가는 단지 내 직전 거래 대비 3,500만 원이 올랐는데, 그 가격에도 두 팀이 동시에 보러 왔다고 합니다.

housenote의 한마디

솔직히 저는 지금의 전세 시장이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라고 봅니다. 14년 일하면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흔드는 장면을 두 번 봤습니다. 2009 ~ 2011년, 2020 ~ 2021년이었어요. 두 번 다 전세 부족이 매매 수요를 자극하면서 가격이 한 번 더 올라갔습니다. 양도세 중과로 매매가 잠긴 지금 상황은 그 두 번보다 더 까다롭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빠져나갈 매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분들께 두 가지만 짚어드리겠습니다. 첫째, 만기가 9월에서 12월 사이에 걸려 있다면 지금이 마지노선입니다. 6월부터는 호가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전세를 못 잡고 월세나 반전세로 돌려야 한다면, 전월세 전환율 5.0 ~ 5.5% 선을 기준으로 협상하시기 바랍니다. 집주인이 부르는 첫 번째 숫자는 거의 항상 6%대로 시작합니다.

집주인분들 입장에서도 한 가지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보증금을 크게 올려 새 전세를 받으시는 것보다, 적정 보증금에 월세를 일정 부분 결합한 반전세 구조가 현금흐름과 리스크 양쪽에서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 부담은 결국 본인 부담입니다.

내일 체크포인트

5월 14일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하는 주간 매매·전세 가격 동향이 핵심입니다. 전세가 상승폭이 +0.23%를 넘어 +0.25 ~ 0.30%로 확대되면 시장 심리가 한 단계 더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 3법 개정안을 다시 만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갱신청구권 확대 가능성과 전월세 신고제 강화 카드가 동시에 거론되고 있어서, 이번 주 안에 구체 발표가 나오는지 잘 보셔야 합니다.

본 포스팅은 14년차 공인중개사의 현장 경험과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