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양도세 중과 사흘 만에 매물 2,800건이 사라졌다, 서울은 이미 이중시장이다

화요일 아침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책상 위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단골손님 한 분이었는데 첫 마디가 이랬습니다. "선생님, 저 그냥 안 팔기로 했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5월 9일 안에 어떻게든 잔금 맞추자"고 하시던 분이었거든요. 그런데 마감을 못 맞추고 나니까 마음을 완전히 돌리신 겁니다. 14년 이 일을 했지만 시장의 톤이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건 흔치 않습니다.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고 사흘이 지났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장은 이미 "팔지도 못하고 전세도 없는" 이중 잠김 구조로 진입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풍경을 정리해드리려 합니다.

오늘 꼭 알아야 할 뉴스

첫째, 서울 아파트 매물이 사흘 만에 2,813건 증발했습니다. 5월 11일 기준 서울 매물은 6만 5,682건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인 5월 9일의 6만 8,495건에서 약 4.1%가 빠졌습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동구가 8.9% 감소로 가장 컸고, 성북구 6.2%, 강서구 5.4%, 노원구 5.1%, 동대문구 4.9% 순입니다. 흥미로운 건 강남3구가 아니라 강동·노원·성북 같은 곳에서 먼저 매물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강남은 이미 4월에 막차 매도가 쏟아져 빠질 만큼 빠졌고, 외곽은 이제부터 "안 판다"로 돌아선 거죠.

둘째, 매물이 잠기자 가격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5% 상승했습니다. 양도세 중과를 며칠 앞두고 막차 매도가 쏟아졌던 4월 말과 정확히 반대 흐름입니다. 양도세 마감 직전인 5월 8일 하루에만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700건이 몰렸는데, 그 매물들이 시장에서 빠지자마자 호가가 단단해진 모양새입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양도하면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 3주택 이상은 +30%p가 붙고, 지방소득세까지 합치면 최고세율이 82.5%까지 올라갑니다. 이 숫자 앞에서는 어지간한 시세차익도 매도 동기가 안 됩니다.

지표 5월 9일(중과 시작 직전) 5월 11일 변화
서울 전체 매물 68,495건 65,682건 -2,813건(-4.1%)
강동구 매물 감소율 - - -8.9% (1위)
5월 첫째 주 매매가 - 전주 대비 +0.15%
다주택자 최고 양도세율 기본세율 +20 ~ 30%p 최고 82.5%

셋째, 거시 환경도 매도자 편이 아닙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5%에서 동결됐고, 5월 28일 신현송 총재 체제 첫 금통위에서는 오히려 인상 시그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4월 소비자물가는 2.6%로 다시 올라섰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리는 안 떨어지고 환율은 높고 물가는 끈끈한 상황에서 "조금만 더 들고 있자"는 다주택자 심리는 더 단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매물 2,813건이라는 숫자는 통계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 숫자가 훨씬 더 강하게 체감됩니다. 어제 오후 강동구에 있는 동료 중개사 두 분과 통화를 했는데, 한 분은 이런 표현을 쓰셨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매도자 전화 일곱 통을 받았는데, 다섯 통이 거둬달라는 전화였어요." 단순히 안 파는 게 아니라, 이미 내놨던 매물을 적극적으로 거둬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초·반포 쪽 분위기는 또 다릅니다. 이쪽은 4월 말에 절세 급매가 한 차례 쓸려나간 뒤라, 지금은 매수 문의가 늘었는데 보여드릴 매물이 없습니다. 전세도 마찬가지입니다. 84㎡ 전세 매물은 단지당 하나 있을까 말까이고, 호가는 매주 천만 원 단위로 따라 올라가고 있습니다. 손님께 "지금 잡으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리기도 부담스럽고, "기다리세요"라고 하기는 더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또 매수 문의 중 절반 정도는 "차라리 살까요?"로 바뀌고 있습니다. 전세가 너무 안 나오니까 매수로 돌아서는 분들이 늘어난 거죠. 그런데 막상 매수하려고 보면 이번엔 매도자가 안 팝니다. 이게 "이중 잠김"의 실체입니다. 한쪽에선 다주택자가 매물을 잠그고, 다른 쪽에선 전세 매물이 말라서 실수요가 매매로 떠밀려 오는데, 그 매매도 잠겨 있는 구조. 이 흐름은 통계 한두 주로는 안 풀립니다.

housenote의 한마디

솔직히 저는 이번 양도세 중과 부활이 단기 가격 진정 효과보다 중장기 매물 동결 효과를 훨씬 크게 낼 거라고 봅니다. 14년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 번 매물을 거둔 다주택자는 어지간한 가격 변동에는 다시 안 내놓습니다. 그래서 매물 잠김은 한두 달 이슈가 아니라 올 하반기 내내 시장을 지배할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수요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매도 호가만 보고 "비싸졌다"고 단정하지 마세요. 지금 호가는 매물 잠김이 만든 일시적 가격이지, 거래량이 뒷받침된 가격이 아닙니다. 7월 중순쯤 거래 데이터가 다시 쌓이는 시점을 한 번 더 보고 판단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둘째, 전세 만기가 9 ~ 11월에 걸쳐 있는 분들은 지금부터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만기 두세 달 전 기준은 이미 작년 얘기입니다.

다주택자분들 입장에서도 한 가지만 짚어두고 싶습니다. 정부가 "장기보유특별공제와 보유세를 다시 손본다"는 신호를 흘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도세는 굳었지만 보유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고, 이건 들고 있는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입니다. 일단 매물을 거두기로 결정하셨다면, 보유 시나리오도 지금부터 한 번씩 점검하시기를 권합니다.

내일 체크포인트

5월 28일 금통위 전까지 매주 발표되는 매매·전세 가격 동향을 한 번씩 확인하세요. 매물 추가 감소 여부, 그리고 호가 상승 폭이 거래량을 동반하는지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과 보유세 개편 관련 정부·여당 발언이 이번 주 안에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매도 동기를 살리려는 카드인지, 다주택자를 더 죄려는 카드인지 방향을 잘 봐야 합니다.

본 포스팅은 14년차 공인중개사의 현장 경험과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