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부활 첫 아침, 토허신청 700건이 남긴 것
어제 토요일이 양도세 중과 유예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사무실 셔터를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올렸는데, 9시도 안 됐을 때 전화가 첫 벨을 울렸습니다. "선생님, 오늘 안에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넣어두면 된다는 게 진짜죠?" 다주택자 손님이었어요. 어제 하루, 14년 일하면서 그렇게 정신없는 토요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입니다. 어제의 막차 행렬이 멈췄고, 5월 10일 0시부로 양도세 중과 유예는 정식으로 종료됐습니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게임이 시작됩니다. 어제까지의 풍경과 오늘부터의 시장이 어떻게 다를지, 어제 들어온 따끈한 숫자들과 함께 정리해보려 합니다.
오늘 꼭 알아야 할 뉴스
첫째, 5월 9일 하루 만에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700건 접수됐습니다. 머니투데이 단독 보도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용산 4개구를 중심으로 막판 매도를 노린 다주택자들이 보완책의 마지막 끈을 잡았습니다. 보완책 조건은 명확합니다.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고 허가를 받은 뒤, 계약일로부터 4개월 내에 잔금·등기를 마치면 중과 적용에서 빠집니다. 어제 700건이 들어왔다는 건, 앞으로 4개월간 강남권에서 결제가 정리되는 매물이 그만큼 깔린다는 뜻입니다.
둘째, 서울 아파트 매물이 6만 9,554건으로 7만 건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불과 2주 전 7만 4,173건에서 4,619건(-6.3%)이 사라졌습니다. 서초구 잠원한신은 70건에서 42건(-40.0%)으로, 강남 역삼래미안은 54건에서 37건(-31.5%)으로 줄었어요. 헤럴드경제가 짚은 노원 월계성원4단지는 700세대 대단지인데 매매 매물이 단 1건입니다. 강서구 가양우성도 414세대에 5건이 전부입니다. 매물 잠김이 슬슬 현실이 되고 있다는 신호로 봅니다.
셋째, 그래도 매매가격 지표는 여전히 위를 보고 있습니다.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5%로 작년 2월 첫째 주 이후 6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가격이 오르는데 매물은 줄고, 매물이 줄어드니 잡힌 거래는 더 비싼 값에 신고된다는 구조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흐름이 무섭게 보입니다.
| 지표 | 2주 전 | 현재(5월 10일 기준) | 변화 |
|---|---|---|---|
| 서울 아파트 매물 총량 | 74,173건 | 69,554건 | -6.3% |
| 잠원한신 매물 | 70건 | 42건 | -40.0% |
| 역삼래미안 매물 | 54건 | 37건 | -31.5% |
| 서울 매매가격 주간 변동 | - | +0.15% | 65주 연속 상승 |
| 한은 기준금리 | 2.5% | 2.5% | 동결 |
| 원·달러 환율 | - | 1,400원대 후반 | 고환율 고착 |
넷째, 거시 변수가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은 4월에 일곱 번 연속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고, 신현송 신임 총재의 첫 금통위는 5월 28일로 예고돼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후반에서 고착됐고, 미국 고금리 장기화와 중동 리스크가 겹쳐 인하 기대는 한 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가계부채와 물가 사이에서 한은의 운신 폭은 더 좁아진 모습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지난주 중반부터 사무실 분위기가 한 단계 더 매워졌습니다. 강남4구는 막차 매도자와 막차 매수자가 동시에 몰리면서, 호가에서 한두 호가 양보하는 매도자가 사라졌습니다. 어제 오후에 한 다주택 매도자께서 "그동안 8억 5천 부르던 거 9억까지 받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매수자가 안 따라오면 어쩌실 거냐고 여쭤보니 "잠깐 묻어두지 뭐" 하시는 겁니다. 양도세 부담을 안 지는 길이 보이니, 굳이 가격을 깎을 이유가 없는 거예요.
강남4구 바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입니다. 노원·송파에서 막판 매매 신고가 쏟아졌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 그건 5월 9일 이전 계약 건이 어제까지 신고된 결과입니다. 신고 시점이 어제까지였을 뿐, 실제 거래 결심은 한 주, 두 주 전에 끝난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오늘부터 새로 매도 의사를 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전세 쪽도 분위기가 도리어 더 무거워졌습니다. 양도세 중과 부활이 다주택자에게는 "팔지 않고 갖고 있을 이유"를 한 줄 더 얹어준 셈인데, 갖고 있는 동안 임대를 놓더라도 보유세 부담이 만만치 않으니까 전세보다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제 만난 임대 사업자분은 "전세 보증금 끌어다 다른 데 쓸 일이 없으니, 차라리 월세로 매달 받겠다"고 하셨어요.
이번 주 사무실 화이트보드를 다시 봅니다. 매매 4 : 전세 6이었던 지난주 비율이, 어제는 매매 3 : 전세 7로 더 기울었습니다. 매매 문의는 줄고 전세 문의는 늘고, 그런데 전세 매물은 더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점점 더 쏠리는 느낌입니다.
housenote의 한마디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오늘부터 한 달 정도는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다주택자분들은 어제까지 안 움직였으면 더는 안 움직일 거고, 1주택 갈아타기 수요자분들은 매물이 줄어든 만큼 호가 협상이 잘 안 풀릴 겁니다. 거래 절벽이라는 표현이 이번엔 정말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실수요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따로 있습니다. 매물이 마르고 호가가 굳는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조급한 추격 매수"입니다. 지금 호가 9억 부르는 매도자가 한 달 뒤에도 9억을 부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은이 5월 28일 회의에서 어떤 시그널을 줄지, 강남4구에 깔린 4개월짜리 결제 매물이 거꾸로 호가에 어떤 압력을 줄지, 변수는 아직 많습니다. 14년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번 주 안에 잡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분위기야말로 거꾸로 한 박자 쉬어가야 할 신호일 때가 많았습니다.
다주택자분들께는 솔직히 한 가지만 짚고 싶습니다. 양도세를 피하려고 매물을 안 내놓으면 보유세가 따라옵니다. 어떤 길로 가든 비용이 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본인 자금 흐름과 가족 상황을 차분히 점검할 시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내일 체크포인트
- 5월 11일 월요일: 평일 첫 거래일, 강남4구 외 지역 다주택 매물 동향과 호가 변화 점검.
- 5월 12일 ~ 16일 주간: 5월 첫째 주에 이어 65주 연속 상승세가 67주차에서도 이어지는지 확인.
본 포스팅은 14년차 공인중개사의 현장 경험과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