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막판 급매가 갑자기 사라졌다, 양도세 D-2 강남이 보낸 첫 신호

오늘 새벽 6시에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목요일 아침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이 올라오는 시간이라 14년째 이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집니다. 강남3구 변동률을 여는 순간 손이 멈췄어요. 송파구 -0.17%. 지난주만 해도 -0.09%였는데 일주일 만에 낙폭이 거의 두 배로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매물 숫자입니다. 14년 이 일을 하면서 가격이 떨어지면 매물이 늘어나는 건 거의 공식처럼 통했습니다. 호가 못 받으면 더 싸게 내놓고, 그래도 안 팔리면 다른 매물이 또 나오는 게 정석이었어요. 그런데 지난 열흘 동안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5월 2일 기준 7만 897건. 4월 22일 7만 5,313건이었으니 그 사이 4,000건 넘게 시장에서 사라진 겁니다.

가격은 떨어지고 매물은 줄어든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오늘 꼭 알아야 할 뉴스

어제 오후 단골 손님 한 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송파에 두 채 갖고 계신 분인데, 4월 중순까지만 해도 한 채 매도하시려고 매주 두세 번 통화하시던 분이에요. 그런데 어제 한마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생님, 그냥 안 팔겠습니다. 어차피 9일 지나면 다 똑같으니까요." 저는 이 한 문장이 지금 강남3구에서 벌어지는 일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5월 9일 토요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공식 종료됩니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 3주택 이상은 30%P가 더해집니다. 4월까지만 해도 데드라인 안에 처분하려고 호가를 1억, 2억씩 내리던 다주택자들이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지금 시점에 계약해도 잔금 일정상 9일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더 빠질 거란 기대로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죠. 결국 지난주까지 호가를 낮추던 다주택자들이 갑자기 매도 카드를 거두고 보유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지표 4월 22일 5월 2일 변화
서울 아파트 매물 7만 5,313건 7만 897건 -5.9%
송파구 주간 변동률 -0.09% -0.17% 낙폭 확대
강남구 주간 변동률 -0.07% -0.13% 낙폭 확대
서초구 주간 변동률 -0.01% -0.07% 낙폭 확대

표를 14년차 시각으로 다시 읽으면 이렇습니다. 강남3구 낙폭이 커진 건 4월에 던졌던 절세 급매물이 뒤늦게 거래에 반영되면서 가격에 찍히는 시차 효과입니다. 반대로 매물이 줄어드는 건 앞으로 던질 사람들이 던지지 않기로 결심한 결과예요. 시장은 이미 두 단계 앞을 보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거시 변수도 한 줄 짚어야 합니다. 5월 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8.86원까지 내려왔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7회 연속 2.5% 동결입니다. 신현송 신임 총재의 첫 금통위가 5월 28일에 잡혀 있어요. 부동산 시장 입장에서는 양도세 D-2 다음에 곧바로 금리 시그널 D-21이 줄을 서 있는 셈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강남 거래된 단지 두 곳의 실거래가를 확인했는데, 둘 다 직전 거래보다 1억 5,000 ~ 2억 원 낮은 가격이었습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바닥인가" 싶어 들어오는 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어제도 사무실에 30대 후반 부부가 오셔서 강남 진입 가능성을 묻고 가셨어요. 작년 가을엔 엄두도 못 내시던 분들이거든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합니다.

다만 전화 패턴은 또 다릅니다. 이번 주 들어 다주택자 매도 문의는 거의 끊겼고, 그 자리를 30 ~ 40대 실수요 매수 문의가 채우고 있어요. 비율로 보면 4월 마지막 주 대비 매수 문의가 30 ~ 40% 늘었습니다. 매물 카드와 매수 카드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시장은 거래 정체기로 진입하는 초입 구간에 있어요.

전세는 다른 차원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사실상 6.8억 원까지 올라왔습니다. 25개 자치구 전부 상승세이고, 매물이 나오면 하루 이틀 안에 계약이 됩니다. 어제도 반포 단지 한 곳 전세 매물을 올리자마자 통화 5건이 몰렸어요. 이런 환경에서 매수를 미루시는 분들이 결국 어디로 가시나, 저는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립니다.

housenote의 한마디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지금 가장 위험한 사고방식은 "5월 9일 이후 더 떨어지면 그때 들어가야지"라는 막연한 기대입니다. 가격이 단기적으로 더 빠질 가능성은 분명히 있어요. 4월 절세 급매 잔여 물량이 5월 중순까지 거래에 반영되면 낙폭이 한 차례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때 매물이 남아 있을지입니다.

14년 이 업계에 있으면서 절세용으로 쏟아진 매물이 시장에 풀린 직후의 가격은, 통계상 1년 안에 회복되는 경우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보다 더 많았습니다. 단, 본인 자금 계획 안에서 무리 없는 단지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무리한 레버리지로 들어가는 건 절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다주택자분들은 이미 결정하셨을 겁니다. 지금까지 안 파신 분이라면 9일 이후엔 보유로 가시는 게 합리적이에요. 매물 잠김 구간이 한동안 이어지면, 호가는 거꾸로 단단해지는 시기가 옵니다. 떨어지는 시장이 아니라 거래가 없어서 못 사는 시장. 14년 만에 처음 보는 그림이 펼쳐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내일 체크포인트

본 포스팅은 14년차 공인중개사의 현장 경험과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