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에 입주전망 15개월 최저, 집값은 왜 안 떨어지냐고요?
어제 점심때 단골 식당 사장님이 대뜸 이러시더군요. "선생님, 기름값이 이 모양인데 집값은 왜 안 떨어져요?" 짬뽕 한 그릇에 만 이천 원을 내면서 저도 잠깐 말문이 막혔습니다. 솔직히, 14년 중개 일을 하면서 유가와 집값의 관계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건 처음입니다.
독자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5가지
호르무즈 발 유가 폭등, 부동산 시장까지 흔든다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3.44달러, WTI도 104.93달러를 찍었습니다. 경유 가격은 서울 도심 기준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고요.
이게 왜 부동산 얘기냐고요?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옵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가 뛰고, 물류비가 뛰면 건축 자재비가 오릅니다. 자재비가 오르면 분양가가 올라가고, 분양가가 올라가면 기존 아파트 가격도 떨어지기 어려워집니다. 이 연쇄 고리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나틱시스(프랑스 투자은행)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8%에서 1.0%로 대폭 하향했습니다. 유가 연평균 전망도 110달러로 끌어올렸고요. 제가 현장에서 만나는 손님들 표정이 무거워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경기가 안 좋은데 집을 사야 하나, 안 사야 하나. 이 고민이 지금 대한민국 실수요자 절반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입주전망지수 69.3, 15개월 만에 70선 붕괴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4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가 전월 대비 25.1포인트 급락한 69.3을 기록했습니다. 70 아래로 내려간 건 탄핵정국 직후인 작년 1월 이후 처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숫자가 있습니다.
| 지역 | 4월 지수 | 전월 대비 |
|---|---|---|
| 서울 | 93.5 | -6.5p |
| 경기 | 76.6 | -23.4p |
| 인천 | 60.0 | -32.5p |
| 전국 | 69.3 | -25.1p |
서울만 유독 93.5로 선방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15억 이하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북 외곽 지역에서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히려 올랐기 때문입니다. 서울 안에서도 '똘똘한 한 채'를 향한 쏠림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뜻이죠. 반면 인천은 60.0까지 떨어졌습니다. 같은 수도권인데 서울과 인천의 온도 차이가 33.5포인트라니, 이건 정말 다른 나라 시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울 탈출, 경기도행 4년 만에 최고
서울에 살면서 경기도 아파트를 매수한 비중이 지난달 15.7%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집값을 감당 못 하는 실수요자들이 대거 경기도로 눈을 돌린 겁니다. 제 사무실에서도 체감됩니다. "선생님, 서초 전세 놓고 광명이나 과천 매매를 알아볼까요?" 이런 상담이 확실히 늘었거든요.
현장에서 풀어본 답변
요즘 사무실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전화는 오는데 계약은 안 된다"입니다. 문의 전화는 하루에 열다섯 통 넘게 오는데, 실제 계약서에 도장 찍는 건 일주일에 한두 건으로 줄었어요. 유가 폭등에 환율까지 1,484원대를 오르내리니까 사람들이 움츠러드는 게 당연합니다.
특히 이번 주 들어 매도자 심리 변화가 눈에 띕니다. 호가를 낮추는 분이 거의 없어요. "지금 팔면 손해다, 유가 때문에 자재비 올라서 신축은 더 비싸질 거다" 이렇게 버티시는 겁니다.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실제로 레미콘, 철근 가격이 2분기 들어 5 ~ 8% 올랐다는 업계 소식이 돌고 있거든요.
반면 매수자 쪽은 완전히 관망 모드입니다. 지난주 상담 온 신혼부부 한 쌍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경제가 이렇게 불안한데 지금 사도 되나요? 혹시 내년에 더 떨어지면요?" 제가 뭐라고 답했냐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서울 공급 물량이 31% 급감한 상태에서, 원하시는 지역이 떨어질 확률은 낮다고 봅니다." 이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한국은행이 4월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는데, 유가발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금리 인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중동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하반기에도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대출 이자 부담이 쉽게 줄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이건 매수 심리에 계속 무게를 얹을 겁니다.
한 줄로 정리하는 결론
14년 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외부 충격이 터질 때마다 시장이 얼어붙는 걸 몇 번이고 봤습니다. 2020년 코로나, 2022년 금리 폭등, 그리고 지금 호르무즈. 그때마다 사람들은 "이번엔 다르다"고 했지만, 서울 핵심 입지는 결국 회복했습니다. 물론 지금 상황이 녹록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바뀌지 않는 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무너지기는 어렵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다만 이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끌어다 쓸 시기가 아닙니다. 유가가 11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성장률은 1%로 쪼그라들고, 환율은 1,500원대를 다시 위협하고 있습니다. 현금 여력이 있는 분만 선별적으로 움직이시고, 그렇지 않다면 하반기 상황을 좀 더 지켜보시는 게 현명합니다.
질문이 이어질 다음 포인트
- 4월 셋째 주 오티에르 반포 청약 결과 주목. 고가 단지 청약 경쟁률이 시장 심리의 바로미터가 됩니다.
- 원/달러 환율 1,500원 재돌파 여부. 환율이 다시 뚫리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함께 부동산 시장도 추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본 포스팅은 14년차 공인중개사의 현장 경험과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